“폭설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에 점점 눈이 덜 옵니다. 눈사람도 만들지 못할까 봐 걱정됩니다.”
중간고사를 사흘 앞둔 기린고 1학년 한다솔군(16)은 새벽 기차를 타고 와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어렸을 적 아토피와 천식을 겪던 한군은 인제로 집을 옮기며 건강해졌다. 한군은 겨울 이상기온으로 인제 빙어축제가 수차례 취소되는 것을 보며 위기를 느끼게 됐다. “저는 정말 건강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싶습니다. 물과 공기를 돈 주고 사는 것이 당연한가요. 이 변화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밝혀야 합니다.”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이날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열고 정부에 기후위기에 대응할 제도와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3월15일과 5월24일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이날 ‘결석시위’에는 시민과 청소년 500여명이 모였다. 지난 20일부터 이어진 ‘국제 기후 파업’의 마지막 날이다. 세계 139개국에서 4638개 행사가 열렸다.
동대전고 3학년 조현진양(18)은 학교를 결석하고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 강아지를 좋아하던 조양의 관심은 동물 전체로 확대됐고 결국 환경 문제까지 고민하게 됐다. 조양은 “학교 수업보다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른들이 ‘나 몰라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번 쓰고 말자’고 일회용품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지구상에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닌데 동물과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해요.”
이 행사를 기획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인 용인외대부설고 1학년 김도현양(16)은 “정부에 적극적인 대응과 책임 있는 모습을 촉구하기 위한 시위”라며 “청소년의 미래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구의 기후변화가 심각해 멈출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른들은 관심이 없어요. 목소리를 내지 않고 학교에 가만히 있다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이 결석한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미래가 없어질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어요.”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덕산중 2학년 신예나양(14)은 시험기간에도 주말 시위에 참석해 왔다. 신양은 “기후위기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삶을 위협하는 재해가 된다”며 “공부를 열심히 해 원하는 꿈을 이뤘다고 해도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민족사관고 3학년 이경묵군(18)도 “당장 내일이 없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학교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이날 ‘결석시위’는 운동회 형태로 열렸다. 청소년들은 ‘박 터뜨리기’, ‘제기차기’, ‘림보 게임’ 등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다양한 게임을 했다. 영정 사진 대신 거울을 놓은 장례식장 모습을 연출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이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청소년이 평가한 기후위기대응 성적표’를 발표하면서 “무책임한 기후 정책으로 학교에 있어야 할 청소년을 거리로 내몰았다”고 정부에 ‘무책임 끝판왕 상’을 수여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지난해 8월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툰베리의 ‘결석시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세계로 확산됐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참석하라고 권유했지만 일부 학교의 경우 받아주지 않아 끝내 ‘무단결석’을 하고 시위에 나온 학생들도 있었다.
집회를 마친 시민과 청소년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한 뒤 청와대에 성적표, 상장, 요구사항이 적힌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2020년까지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백지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2050년까지 ‘탄소 제로’ 달성, 정부 차원의 기후위기 선언, 청소년기후행동과의 공식 면담 등을 요청했다.
2019-09-27 07:17: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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