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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잃은 장점마을 아낙의 편지 "당신들 가슴에 양심이 있다면···" - 경향신문

남편 잃은 장점마을 아낙의 편지 "당신들 가슴에 양심이 있다면···" - 경향신문

남편을 담낭암·췌장암으로 떠나 보낸 장점마을 주민 신모씨가 쓴 편지의 일부

남편을 담낭암·췌장암으로 떠나 보낸 장점마을 주민 신모씨가 쓴 편지의 일부

“죽고 없는 남편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텅 빈 집에서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하루라도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지난 14일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집단 암발병’은 인근 비료공장에서 나온 발암물질 때문이라고 환경부가 최종 결론을 냈다. 이날 정부의 설명회가 끝난 후 주민 신모씨는 환경부·전라북도·익산시 공무원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날 밤 써내려간 편지를 읽었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지라’는 내용이다. 장점마을 주민들을 울린 편지글과 신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신씨의 남편은 5년 전 담낭암·췌장암으로 투병하다가 숨졌다.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그의 남편처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역학조사 결과 발표 전날인 13일, 장점마을에는 비가 쏟아졌다. 신씨는 남편이 떠난 후 생긴 심한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다. 13일에도 시내 병원을 다녀왔다. 마을은 오후 5시인데도 캄캄했다고 한다.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는” 썰렁한 집으로 들어가면서 유독 남편 생각이 많이 났다. ‘건강한 양반이 왜 죽어야 했나, 왜 텅 빈 집에 나 혼자 있어야 하나, 우리 양반하고 잠깐이라도 같이 있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다 엎드려 편지를 쓰게 됐다고 한다. ‘받는 이’를 딱히 정해놓은 편지는 아니었지만 그는 “나의 이야기를, 나의 말을 정부에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신씨는 편지를 통해 “죽고 없는 남편이 너무 보고 싶다”면서 “돈 주고 살려올 수만 있다면 내 돈 다 주고 살려오고 싶다, 텅 빈 집에서 혼자 많이 울었다”고 썼다. 그리고 그는 정부와 시 관계자 등 책임자들을 향해 “장점부락 주민들께 용서를 빌고 책임지라”고 말했다.

■‘당신들 가슴에도 양심이…’

특히 신씨는 편지에서 “위에는 하늘이 있고 아래는 땅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가슴에는 양심이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익산시와 정부에서) 그렇게 무관심해가지고 사람 다 죽고, 살아있는 사람도 지금까지 고통받게 해온 것”에 대한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정부가 역학조사로 지목한 비료공장에 대한 민원을 2001년부터 제기해왔다. “시체 썩는 냄새보다 더한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2001년 11월 민원글)며 공장 조사를 요청한 지가 18년이다. 그동안 익산시는 해당 공장의 화학물질 배출량이 허용기준 이하라는 답변만 반복해왔다. 2017년 즈음 장점마을이 ‘암 마을’로 주목을 받고나서야 지난해부터 조사가 이뤄졌고 마침내 주민들이 의심한 비료공장이 문제였음이 밝혀졌다.

집단 암발병의 원인은 밝혀졌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답답함을 호소한다. 머나먼 ‘법적 다툼’의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신씨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재판이) 우리 죽기 전에 끝날 것같지도 않다, 그리고 (법 앞에서)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면서 “정치하는 분들이,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세워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하루 빨리 책임질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편지에서도 “장점부락 주민들 두번 죽이지 말아달라”며 “하루라도 빨리 이 고통을 빨리 끝내달라”고 썼다.

오랫동안 발암물질을 대량 배출한 비료공장은 이미 부도처리된 상태로, 주민들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당국과 이 공장에 원료를 제공한 KT&G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점마을 인근에 있던 비료공장은 KT&G로부터 담뱃잎찌꺼기(연초박)를 대량으로 남품받아 고열로 건조처리 했고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배출됐다. 현행 폐기물처리법에 따르면 연초박은 발효시켜 퇴비로만 재활용해야 한다. 주민대책위는 담뱃잎찌꺼기인 연초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KT&G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19-11-20 07:18: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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