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사의 표명…“병원 정치도 못 하는데 무슨 정치?” - 한겨레

“유산·부상 감수하는 의료진에게 더 참자는 얘기 못해
2월3일 출근해 외상센터장 사직”…정치권 진출은 선 그어

지난해 11월27일 이재명 경기지사와 중증외상환자 이송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하는 이국종 교수. 경기도제공

“너무 힘들어서 숨도 못 쉬겠다.” 외상센터 운영을 두고 병원쪽과 갈등을 빚어온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인 이국종(51) 교수는 2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외상센터장을 그만두겠다고 주변에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해군 순항훈련전단에 파견된 이 교수는 “아직 파견 기간 중”이라며 “파견이 끝나는 오는 2월3일 병원에 나가 (사직서를 내는 등)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상센터 간호사들이 (과로로) 유산을 하는가 하면 닥터 헬기에 탄 의료진이 손가락이 부러지고 쓰러지는 등 의료진이 힘들게 일 할 때 ‘조금만 더 참자’고 달랬는데 이제는 제가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사의를 밝힌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 쪽은 외상센터 간호사 인력 충원과 병상 부족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다. ‘정부가 지원한 간호사 67명 증원 예산(22억원)을 병원쪽이 기존 간호인력을 충원하는 데 써 정작 외상센터에는 계획 인원의 절반 가량인 37명만 증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반면, 병원쪽은 “정부가 지원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외상센터 집중치료실에 간호사를 채용했기 때문에 관련 예산 가운데 일부를 기존에 충원한 간호사 인건비로 보전했다”고 맞섰다. 병상문제를 둘러싼 양쪽의 주장도 다르다. 이 교수는 “(병원 쪽에서) 병실을 안 줘 작년에 한 달가량 (외상센터) 가동을 못 했다”고 밝혔지만, 병원 쪽은 “지난해에 본관 병동을 고치면서 755병상 중 100병상을 줄였다. 센터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병상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병원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다 거짓말이다. 관련 문서들이 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2012년 아주대병원이 외상센터 선정 때 1차에서 떨어졌다. 준비도 안 돼 있길래 내가 하지 말자고 했다. 2차 도전해서 선정될 때는 외상센터 환자 전부를 잘 치료하겠다고 병원 책임자들이 서명했고 300억 지원도 받아놓고 병원에 병실이 없다고 환자 받지 말라는 게 무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교수는 또 “기존 병원 본관 1천 병상 중 외상환자가 150병상은 차지했다. 그 외상환자들 외상센터로 보내면 병원에 무슨 일이 생기나? 그만큼 돈을 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아주대병원은 적자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 운영 문제를 놓고 수차례 박 장관과 만났다. 이 교수는 “북한 사병 탈출했을 때 박 장관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국민청원에 답한다며 외상센터 의사와 간호사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무엇이 바뀌었나?”라고 반문했다. 센터장 사임 뒤에는 평범한 교수로 돌아가겠다는 이 교수는 정치권 진출 소문에 대해 “(병)원내 정치도 못 하는 사람이 무슨 정치를 하냐”며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한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주대 외상센터 간호사 증원 등의 논란과 관련해 “아주대 병원 측에서 법과 제도를 어긋나게 행동한 것은 없다. 법정 제한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을 쓰고 있다. (병원과 이 교수와) 양자간에 포용과 협력이 가능할 텐데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상센터가 잘되려면 이 교수뿐 아니라 병원 체계도 잘 움직여주어야 한다. 권역외상센터는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덕 박현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