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호’가 흔들리고 있다.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승리의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한 채 정치적 악재가 쏟아져 한국당 내부에서 지도부 용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불을 댕긴 건 3선의 여상규 의원이었다. 그는 이날 불출마 선언을 하며 “선진화법 논란에 책임진다는 지도부가 1명도 없다. 당 지도부에 심한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진영 통합은 추진이나 하고 있는지… 지도부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용퇴를 촉구했다. 여 의원은 “자유진영이 이렇게 코너에 몰리는데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며 “당 대표를 포함해 전 의원이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 비대위 체제로 가기 위해 당 지도부가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여 의원은 또 “속으로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며 “50% 물갈이 이런 위협적 발언하는 지도부에 그런 얘기를 할 의원이 몇이나 되겠나”고 반문했다.
당 바깥도 복잡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저지 투쟁은 상처만 남겼다. 법안 저지에는 실패한 채, 2일 검찰이 한국당 현역의원 23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국회 회의 방해죄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또 국회법 136조는 "의원이 법률에 규정된 피선거권이 없게 되었을 때는 퇴직한다"라고 돼 있다. 4·15 총선에서 당선돼도 재판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날 이뤄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 역시 “지지부진한 보수통합을 한층 어렵게 할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안 전 대표가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운다”고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독자세력화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초선의원은 “'반문연대'라는 기치 아래 하나로 뭉쳐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안철수 쪽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면 내년 총선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일각에선 “안철수의 생존 공간을 황 대표가 열어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안 전 대표의 기회 포착 능력은 최고다. 황 대표가 리더십 평가를 못 받고, 통합도 안 되니 냄새를 맡은 것”(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황 대표가 2일 “규탄 집회를 해온 종교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종교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며 전광훈 목사를 두둔하는 듯한 페이스북 메시지를 올린 걸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가뜩이나 아스팔트 우파에만 기댄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 보니 우리당은 안락사(安樂死) 당할것 같다”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썼다.
다만 한국당 내부에는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한선교 의원은 이날 “황교안 대표 체제에 대한 여러 가지 비난과 비판이 많지만, 황 대표 체제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서도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죽음을 각오한 단식과 투쟁으로 정치판에서 유일하게 진정성을 보여준 정치인”이라는 이유다.
황 대표는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뭐가 나라 살리는 길이냐는 관점에서 큰 틀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2020-01-02 08:20:2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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