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환자는 해외여행 이력도, 환자와 접촉한 이력도 없다. 서울 종로구의 29ㆍ30번째 환자에 이어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다. 그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 확진 전까지 열흘간 대구 시내 한방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이 기간동안에도 교회에서 두차례 예배를 드리고, 호텔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해 2ㆍ3차 감염 우려가 크다.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대구에서 31번째 환자(61ㆍ여)가 신종코로나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17일 오후 3시30분 발열ㆍ폐렴 증상을 호소하며 대구시 수성구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대구의료원에 격리 이송됐다.
이 환자는 해외 여행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도 없었다. 앞서 17번 환자(37)가 설 연휴 긱간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러나 31번 환자는 170명에 달하는 17번 환자의 접촉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 갔던 것 외에는 대구를 벗어난 적이 없다.
31번 환자는 특이한 이동경로를 보였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그는 대구 수성구의 새로난 한방병원에서 7일부터 입원치료하던 중 지난 10일께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7일부터 오한, 8일부터 인후통 같은 증상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무기록상의 38도 이상 발열이 확인된 것은 10일이다. 역학조사가 진행되면 발병일을 언제로 설정할 건지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를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14일 실시한 영상 검사상 폐렴 소견을 확인해 항생제 치료 등을 실시하던 중 17일 대구 수성구 보건소를 방문해 실시한 진단검사 결과 18일 확진됐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날 공개한 31번 환자의 최근 동선에 따르면, 그는 지난 6일 대구시 동구에 있는 회사에 출근했다가 이날 오후 10시 30분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음날인 7일 새로난 한방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4인실에 혼자 머물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 병원에는 33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입원 중이던 9일과 16일엔 대구시 남구에 있는 대구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렸다. 또 15일에는 지인과 동구에 있는 퀸벨호텔 뷔페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중이면서도 바깥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회사 본사에 다녀왔다.
정 본부장은 “환자는 2019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으며 감염원과 감염경로와 접촉자에 대해서는 즉각대응팀, 관할 지자체가 함께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환자는 신종코로나 증세가 나타난 뒤 열흘 가량 한방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병원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감염경로를 확인할 때까지 33명의 입원환자가 있는 한방병원은 우선 출입통제 조처를 내린 상태다”라고 밝혔다. 31번 환자의 남편과 자녀 2명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방역당국은 동구에 있는 A씨의 회사와 남구에 있는 교회, 동구에 있는 호텔을 오갈 때 만난 지인 등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김동현 한림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속속 생겨나고 있어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앞서 일본·싱가포르가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유입 차단 전략에서 피해최소화 전략으로 가야한다. 다행히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치명적이지 않은 특성이 있는 만큼 조기 진단, 조기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2020-02-18 05:08:5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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