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요한손(Fredrik Johansson) 이케아코리아 대표. [사진=이케아코리아 제공]
"스웨덴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다. 참 감사일 일이다."
가구업계에서 경기 남부 지역은 생존을 위해 필수로 잡아야 하는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보통 구도심보다 신도시에 가구 수요가 몰리는 데다 개발 호재가 많고 교통망이 발달했으며 동탄신도시를 비롯해 판교·분당·수지까지 인근에 신축 아파트가 몰려 있어서다.
이케아코리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경기 남부 공략을 목표로 선제적으로 기흥점을 오픈해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인근 주민을 기흥점 직원으로 채용하는가 하면 그 비율을 62%까지 늘리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스웨덴 기업들이 강조하는 지속가능성 실현을 위해서다.
프레드릭 요한손(Fredrik Johansson) 이케아코리아 대표(사진)는 "기흥점을 세 번째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동시에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 증가하고 있는 도시였기 때문"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실용을 중시하는 '스웨덴 DNA'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케아코리아의 성장세는 실적으로 입증된다. 2014년 한국 진출 5년 만에 연간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섰다.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이케아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경기가 좋지 않는 상황에서도 직전 회계연도에 비해 5%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눈에 띈다.
다음은 프레드릭 요한손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4월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오픈한 이케아 첫 도심형 전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케아에 언제 입사했나. 경력이 궁금하다.
1987년 '파트타이머'로 이케아에서의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34년간 이케아에서 일하고 있다. 1996년 스웨덴 린셰핑(Linkoping)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이케아 공급망을 담당하는 자회사에 입사했다. 이후 아시아, 유럽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홈퍼니싱 시장에 대한 역량을 쌓았다. 2010년부터는 이케아리테일로 자리를 옮겨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스토어 점장으로 근무했다. 이케아프랑스 부대표를 거쳐 2017년 이케아코리아 부대표로 합류했고 지난해 7월부터 이케아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이 있었나.
한국은 제 아내를 만나게 해준 매우 특별한 곳이다. 1990년대 석사학위 논문 준비를 위해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은 게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된 계기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문화, 사람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1990년대 한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역동적 모습이 뚜렷했다. 높은 교육 수준과 다양하고 우수한 인재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배움에 열정적이고 "무엇이든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와 특유의 에너지를 느꼈다. 이러한 점들은 스웨덴의 가치나 문화와 닮았다. 동시에 이케아에서도 중시하는 부분이다. 이케아코리아 직원들을 통해서도 '함께하기'가 바탕이 된 긍정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기쁘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케아코리아 제공]
불경기에도 이케아 매장을 찾는 한국 소비자들이 많은데.
이케아는 한국 진출 이후 기존 가구를 넘어서는 '홈퍼니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홈퍼니싱에 대한 전반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리빙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믿고 있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집을 사랑하고 더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하도록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도 있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전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기존의 집은 개인적으로 쉬는 공간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재택수업이 늘면서 사무실, 학교, 운동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그러면서 홈퍼니싱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이케아가 사랑받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한국 소비자들이 이케아를 찾는 이유는 디자인과 기능, 품질이라고 생각한다. 낮은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콘셉트도 도움을 줬다고 본다. 우리는 한국 소비자들이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수백 번 넘게 한국 가정을 방문해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제안을 하고 그것이 제대로 통했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집에서의 생활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늘 고민한다. 이케아의 홈퍼니싱은 집을 꾸미는 것을 넘어 집에서의 생활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이 부분을 한국 소비자들이 사랑해주는 것 같다.
가구업계는 부동산 경기를 많이 타지 않나. 최근 한국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
우리는 한국에서의 투자보다 소비자들의 행복에 더 집중한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더 좋은 생활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소비자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하겠다. 그러려면 더 낮은 가격으로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전략을 발표하는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 코리아 대표 [사진=강경주 기자]
사무용 가구 시장에도 진출한다고.
지난 5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케아 포 비즈니스'는 집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다양한 영감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사무실, 레스토랑, 카페, 교육·의료시설, 개인 상점 등 소규모 상업 공간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소비자들이나 소상공인들 대상으로 한다. 우리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주목한 것은 한국에서 스타트업과 소규모 창업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첫 비수도권 매장인 동부산점 문을 열었다. 타 지역에도 추가 오픈 계획이 있는지.
최근 오픈한 이케아 기흥점과 동부산점에 이어 지난 4월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를 시작으로 도심에도 진출한 상황이다. 서울과 경기 외 다른 지역에도 더 많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중 이케아코리아의 첫 번째 XS 매장(5000~1만m²)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시장이다. 한국에 장기적 투자가 더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이케아, 볼보 등 스웨덴 브랜드가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스웨덴이라는 국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다. 참 감사한 일이다. 스웨덴의 특별한 가치가 있다.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협력을 강조하는 것,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평등한 사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러한 점들이 한국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한다고 여겨진다. 디자인, 음악, 스타트업 등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의 중요성이 스웨덴과 한국에서 모두 커지고 있다. 양국은 전반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지난 2월13일 오전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이케아 동부산점이 개점하자 많은 방문객이 몰려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스웨덴에는 이케아, 볼보, 일렉트로룩스, H&M, 스포티파이 등 세계적 기업이 적지 않다. 스웨덴에서 이러한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원천은 어디에 있나.
스웨덴은 국가 자체가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을 한다. 여기에 개방성과 평등,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 새로운 도전을 지지하고 시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실패해도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것은 스웨덴 기업들이 '공동창조(Co-creation)' 과정을 통해 세계적 회사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밑거름이 됐다.
또한 스웨덴은 사회 모든 부분에서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지속가능성이란 자연이 다양성과 생산성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기능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추구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스웨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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